아내와 직원들의 얘기들 듣고 있자니, 큰 기복없이 꾸준하게 증가추세란다. 귀국후 들른 약국에서 직원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을 혹은 업무용이 아닌, 직원 복지용 노트북을 통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도 손님이 없는 틈을타서 인터넷 강좌를 보고 있다.
직원들이 혹은 약사가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는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말한다면 나는 Yes라고 답한다. 이건 약사가 만들어놓은 규칙안에 있으며, 이들이 보내는 여가 시간은 이미 해야할 일을 모두 끝내 놓고 난 다음에 얘기가 된다. 만약 해야할 일이 남았는데 한가로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면, 어떠한 매니저라도 이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발 완료후 실전 배치하여 사용하고 있는 알약 계수기의 경우, 처방 손님들중 계수 조제 형태로 처방이 나올 경우 일전에는 약사와 직원이 번걸아가며 갯수를 헤아리곤 했다. 그러다가 Kirbyleaster사의 고속 계수기를 구매하였다. 업무실수는 엄청 줄어들었고, 직원과 약사의 스트레스는 일정 부분 해소되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대용량을 셀때는 너무 빨리 넣어서 에러 메시지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세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대용량일 경우 경우에 따라 오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1개 정도가 오차다. 오래된 기술의 이러한 카운팅 제품도 800만원이 넘는다.

처음 알약 계수앱 개발을 시작했다. 모델은 counthings의 알약 계수 어플이었다. 사실 당시만해도 이 어플은 성능이 그닥 좋지 않았다. 하지만 요 근래 다시 써보니 정확도가 엄청 개선 되었다.

일반인인 내 입장에서 이 어플이면 되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건내준다. 두가지를 설명한다. 우선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두번째 왜 카운팅 해야 하는지 근본적 질문이라고 했다.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는 트레이에 담겨 있는 알약의 수를 카운팅하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얘기다. 내손에 놓인 알약의 수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처방된 수량만큼 빠르게 헤어리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문을 해주고 있던 LG CNS 연구원도 이미지 몇장을 받아보고, 또 우리와 훗날 소송전으로 번지려했던 미국 업체의 알약 계수기 엔진 구동을 보고 쉽지 않다라고 답을 한다. 내 글을 쭈욱 읽어온 독자라면 우리는 미국 업체는 소송을 포기했으며, 행여 그들이 밀고 들어오더라도 우리는 분명 독자적 엔진을 만들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다시한번 우리 글을 바탕으로 미국업체에 거짓정보 흘려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덕분에 상황이 명료해졌다.


아내의 설정갯수를 우리는 타켓 카운팅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사진을 찍어 카운팅하는 방식이 아닌 비디오 영상을 분석 카운팅하는 방식을 실시간 카운팅이라고 명했다. 개발 완료후 3년째인 우리는 현재 윤약국에서만 쓰고 있다. 양산을 통해 공급할 업체는 없다. 지금 시점에서 원하는 분량만큼의 실시간 알약 계수가 필요하다면 데일테크사의 825만원짜리 제품이 현업에서 유용하게 쓰일것이다.
반알기
우리는 오성메디사의 반알커팅기를 구매했다.

이 제품은 시연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바로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한다. 우리는 한 며칠 써볼수 있는 기회가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한 10분 보여주고 살지 말지 결정하란다. 당시 나는 현장에 없었고, 직원이 나에게 급하게 전화해서 이거 그냥 손으로 하면 돼. 왜 비싸게 주고 사냐? 사지 말어라고 말을 한다. 정작 약사도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건 직원이 준비하는 일인데 굳이라는 얘기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구매를 했다. 제품 도입 당시 약국에서 반알을 준비해야하는 품목이 60여종에 이르렀다. 이걸 그때 그때 필요에 의해서 준비하는것이 조제 시간에 영향을 미칠것 같았다. 이 제품은 우리의 알약중 70% 정도만 반알을 낼 수 있었다. 같은 모양이라 할지라도 특정 약들은 부서지거나 혹은 균일하지 못한 결과를 낼때가 있기에 10종 정도는 여전히 가위질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제준비를 위한 시간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해당 제품의 기계적 특성을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개발 안할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알을 내기 위해서 카세트를 만들어야 하는것은 그닥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잡무로부터 벗어나서부터 약국은 손님이 많더라도 수월하게 대응할수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휴식 시간이 업무중에도 주워졌다.
우리는 진동 bowl feeder 기술을 이용하여, 어떠한 알약이라도 이송할 수있게 디자인 했다. 고로 전용 카세트는 없다.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 분절시키는 기존의 제품들과는 달리, 의료용 블레이드를 이용하여 알약을 커팅한다. 또 약의 형태와 견고성등을 DB화 하여 헤드룸에서 최적의 값을 도출하여 속도까지 제어하면서 커팅하게 된다.

알약제포기

직원은 나와 동갑인 원래 친구이다. 이 친구는 나만 등장하면 알을 까라고 한다. 분명 약국 업무중에 이게 제일 성가신 녀석인가보다. 예전 그나마 내가 손으로 알까다가 지쳐서 뉴질랜드에서 도입한 알약제포기가 큰 도움이 되었지만, 3줄 이상의 ptp와 불규칙 형태의 ptp들은 여전히 손이 많이 가게 된다. 규칙적인 ptp라 할지라도 최소 두번의 조준과 롤링을 통해야만 했다. 어떠한 ptp를 만나던 간에 3초안에 제포 준비가 완료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돌리면 제포가 시작 되어야 한다. 2줄짜리 ptp의 경우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분당 제포는 최소 20개에서 30개 정도를 제포할수 있다.


사실 이 제품은 머리속으로만 기획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 기금 담당자도 지금끔 이친구들이 뭔짓을 하고 있나 궁금해 할 수도 있다. 개발자와의 면담을 통해서 우리는 위와 같은 형태의 ptp를 단번에 벗겨낼수 있는 제포기 개발을 요구했다. 처음 3개월짜리 개발이 1년이 넘어섰다. 이 얘기는 개발비가 3개월 짜리가 1년 짜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전기 부품이 없는 제품이다. 전기 부품들이 들어간 제품이라면 알약계수기처럼 많은 테스트를 거쳐야하기에, 무전력 제품을 우선 선보인다. 대신 나중에는 전기모터와 액정 그리고 바코드 리더기를 달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바코드나 액정에 약 이름을 넣으면 ptp 제포 간격을 자동으로 설정하고, 투입하면 자동 제포되는 장치를 말이다.
가격에 대해서…
앞서 나열한 국내에 소개된 제품들의 경우 거의 1000만원에 근접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단언컨데 우리의 제품들은 열거한 제품들도 좋지만 그들과 비교해서 우위를 점하는 많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우리 제품은 앞서 열거한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한번이라도 고민해본 약국을 우리의 타겟층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알약 제포기의 경우도 표준부품은 거의 없다. 모든 부품들을 개발을 했다. 고로 기성제품을 이어붙여 제품을 만들수 없다. 또 표준 부품들을 구할수도 없는 영역이었다. 댓글로 30만원정도가 적정가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았다. 개발팀과 팜허브에서 결정할 사항인데 소비자가 적정가를 정한다는것이 참으로 이상하긴 했다. 내게 댓글을 주신 분을 망신 주기 위함이 아니라, 가격을 제안하신 분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들도 분명 시장에 존재한다. 5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롤링 제포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또 재고 조사용으로 사용할 알약 계수기라면 국내의 무료 어플 필아이라는 제품과 카운트띵스라는 제품도 존재하며, 커팅 머신은 3-4만원짜리 수동 커팅 가위도 있다.
경쟁업체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자 하는것이 우리의 과제였다. 하지만 경쟁사 제품의 절반이라한들 여전히 3-400만원 선이 될것이다. 그렇기에 절반이라 한들 더 팔리거나 하진 않을거라는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우리가 큰 업체를 기대했던 이유도, 가격과 보급 그리고 사후관리에 강점을 보일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시 약국으로..
약국의 장비들이 도입됨으로써 직원들에게 특정 스킬을 요구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확히 카운팅 하거나, 손이 빨라서 알약을 잘 자르거나, 혹은 ptp를 잘 제거하던가 등등) 그러기에 처음온 사람도 큰 무리없이 약국 업무 보조를 할 수 있는 약국이 되었다. 초기 3-4일 고생후 대부분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약국이 되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편이며, 이따금씩 약국에 아내 대신 근무해주시는 약사님들도 우리가 가진 시스템이, 단순 업무가 직원들에게 종속되지 않아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원들이 빵꾸가 나더라도 충분히 운영이 될 수 있는 약국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 했다. 앞으로 더 풀어갈 과제들은 있으나, 팜허브 일원으로써 나의 여행은 여기까지로 하기로 한다. 팜허브 다른 멤버들이 어떤 기획을 갖고 어떻게 진행할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전 진지하게 소아과 가루약 자동 머신을 개발해줄수 없냐는 요구를 받았다. 쉽게 말하면 가루약용 ATC를 개발해달라는 얘기였다. 유야마라는 회사에서 가루약 만들어주는 ATC제품은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린 단점이 있다고 한다. 가루 만들고 센서로 부피 계산하고 적당량 섞어서 내려주고 등등 못할 작업은 아닌듯 싶다. 그래서 진지하게 전화를 걸어 답변을 줬다. 제품 가격을 얼마 정도면 좋으세요라고 물으니 한참 고민후에 3-400만원 정도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3-400만원이면 충분히 고민하고 여러 제품들을 살펴본 약사의 답변으로 보였다. 우선 저는 더 이상 개발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이 필요하다면 개발사를 소개해드릴수 있습니다. 저희 제품 개발 기준으로 제품당 3억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답을 하니 당황해하면서 놀란다. 그것도 그 3억에 성공을 하면 다행이고, 보통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아내를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오기로 끝을 본 경우 입니다. 네 말씀드린 비용 이상이 프로젝트당 투자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제품들을 구매하길 원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수십만원 수준으로 평가하십니다.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으로 남겠지만, 프로젝트는 실패한 경우입니다. 제품 개발비와 생산 그리고 이윤 마지막으로 볼륨을 생각해보면 구매 기대자의 희망과 실제 개발비와 이윤은 너무 동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 주신 3-400만원도 크게 불러 주신것 같은데, 3000대 정도를 판매가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 입니다만 시장이 받쳐주지 못할거에요. 답변이 모질었는지 나도 좀 찜찜했다. 하지만 현실을 알려주는것도 선행한 자들의 역할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