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업체 한곳에서 들어온 제안은 대표자 개인에게 지분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투자를 끌어내는 일종의 통행세를 요구받았다. 팀원들과 이를 조율하는 직원 역시 이부분까지 들여다보지 못한듯 한데, 처음 제안을 받고 난 다음부터 나는 무거워졌다.
돈을 벌기 위한 행위가 모든 사업의 근본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현실성 있는 제품 개발과 공급이 우리의 명분이었기에 통행세를 가장한 브로커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의 손을 잡는다면 당연히 좀 쉽게 갈수 있겠다. 그리고 팀원들에게도 적잖은 성취감을 줄수도 있다.
학회일정을 핑계삼아 pharm.hub 구상에 들어갔다.
아버지가 출국전 써준 편지를 뒤늦게 꺼내보고 좀더 생각이 깊어진다.
“大人은 大望에서 시작한다”
50이 다된 아들에게 아직도 큰 인물이 되라고 말하신다.


해당 절벽에서 1시간은 멍때리며 앞으로의 일을 고민했다.
귀국후 나의 입장을 해다업체에 알렸으며, 답을 기다리고있다. 아니 대답은 들을수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에게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현실과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숨김없이 털어 놓았다.
나와 함께 금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약사들은, 업체들이 약사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품 제작에는 관심이 적으며, 약사를 패싱할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정착되길 바라는것에 짐짓 놀라워했다. 적어도 현실을 좀더 빠르게 자각한 셈이다.
여전히 우리 제품군은 약국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면, 만들어놓은 어플을 풀고 이용자 키워가며 투자 업체들을 컨택하면 좀 수월할듯하나, 일선현장에서 필요한것은 어플이 아니라, 조제 환경에서 즉각대응 가능한 기구장치이다.
愚公移山
우리는 미련하나마 첫 시작때의 모습과 팀원들과 함께 하면서도 가치는 변한게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반영되지 않고 오직 이 제품들이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이는 업체라면 함께 갈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통행세 제안을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