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지루한 기다림

총 4회에 걸친 시제품 제작이었다. 금형의 형압(만들어진 판끼리 잘 맞나 안맞나를 파악하는 행위)을 맞춰보면서 제작을 하는 단계였다. 분체도장 이후에도 판이 잘 맞지 않아서 새로 작업하기도 했다. 금방 뚝딱뚝딱 될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인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요 몇주였다.

액정을 장착하고 난 뒤에야 제품의 틀을 갖춰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터치패널이 장착된 액정을 두어번 두들겼다. 반응이 없다. 당연히 전원이 없는 상태이니 반응이 있을리가 없다.

제품을 구성하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전원 버튼이다. 전원을 넣으면 테두리에 불이 들어온다고 한다.

전원키 밑면에 위치한 카메라와 2D 바코드리더기이다.

알약 수거통, 정말로 비싼 부품들이다. 디자이너가 다이소에 비슷한 제품 없냐고 되물었다. 있다면 그 제품에 맞춰서 설계하겠노라 했는데 불행이도 없다. 물론 플라스틱 파츠가 이 녀석 하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제품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 부분이기도 하다.

백라이트의 조명을 확인하기 위해 백라이트 전원을 넣어보았다. 예상했던 수준의 밝기를 보여줬다. 내심 안도했다. 또 사진은 없지만, 모터의 진동으로 트레이를 움직이는데 진동값을 정하지 못한 나머지 너무 강해 모터의 회전 방향으로 알약들이 이동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내가 제작자에게 이 정도 진동이면 작은 알약은 사방으로 다 튀어 나갈거라고 말했고, 진동의 강도는 제어하면서 최적값을 찾으면 된다는 답을 얻었다.

뒷판 전체를 탈거한 상태로 제작을 하고 있다. 제품에 맞는 각종 케이블을 주문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개발보드는 라떼판다 델타로 최종 결정을 했다. 이 개발보드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담아내기 충분했다. 개발보드 옆에 빈칸에는 이 제품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파워가 얹혀질 예정이다.

앞으로 일주일 더 걸릴거라는 얘기를 듣고 제작사 사무소에서 나왔다. 거의 다 왔다 싶었는데 마지막 작은 조각들로 인해 늘어지는 상황이니, 없던 조바심까지 생겼다.

약국에 들리니, 아내에게 항의 아닌 항의 전화가 왔다고한다. 셔터맨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누가 운영하는가보다. 신랑 단속 잘하라고, 지가 약사인줄 알고 착각하냐고 말이다. 아내의 약국에 어떠한 품목들이 있는지, 또 가격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조차 모르는 내가, 온라인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다는것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셔터맨도 상표 등록을 해놓았어야 했나?라는 우스개 소리를 아내에게 던지고 집으로 왔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는 헬스케어 업체에 우리 이름을 팔고 투자를 받으려 시도했던 사람이 있다고 업체 관계자로부터 연락 받은적 있다. 여기서 분명히 밝힐수 있는것은, 나는 약국의 프로세싱에 관해서만 고민할뿐이지, 세세한 부분들과 약업에 관해서는 아는 지식이 적으며,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접선(?)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비 부담으로 여기까지 온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우리가, 일면식 없는 누군가를 헬스케어 업체에 보내서 우리가 추천하며 투자해줬으면 하는 오지랖을 피울 형편도 없으며, 또 그럴 마음도 없다.

어그로 끌고 싶지 않아서 밝히려 하지 않았지만, 아내를 찾아와서 금번 개발중인 알약 계수기에 대한 전권과 시제품 그리고 특허출원한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500만원에 넘겨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또 어떤 약사분은 개발하고 있는 이 제품을, 약사들의 편의를 위해서 약사회 혹은 약사커뮤니티에 기부했으면 하는 의견을 개진하셨다고 한다. 또 특허 출원을 한 부분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시제품 일지 2020.09.10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작업이 일순간 멈췄다. 분체도장을 하고 나서 멋져진 외관을 보노라면 이제 거의 다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체도장이 두껍게 입혀진 탓일까 플라스틱 파트와 결합이 되지 않는다. 수정 작업을 위해 다시 들어간다. 시간을 그만큼 더 먹는 것이다.

성공적인 도킹

플라스틱 파트와 금형파트가 어긋남 없이 잘 맞는다. 이제 분체 도장하고 난 다음에, 주말쯤에 조립을 시작한다고 한다.

순차적으로 진행중

세상사 많은 일들이 예상된, 그리고 계약된 시간안에서 결론 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린 경험을 통해 익히 학습해 왔다. 목업 작업에 2주가 예상되었지만 3주를 넘겼고, 최종적으로 합을 맞춰본 후에야 비로서 도장 작업을 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총 4주 정도의 목업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전해 듣기로 다음주 월요일에 분체도장을 하고, 그 이후에 전자부품들을 배치하고 조립하는 단계로 넘어간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팀은 시제품을 기다리고 있다.

주변인들과 또 금번 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Make-Fix사의 조언에 따라 모든 과정과 방법과 형태를 특허로 신청하였다. 이제 심사만이 남아있다고 연락받았다.등록접수번호를 받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숨김없이 자료들을 공유할수 있게 되었다.

별거 없을것 같지만 작업중 비용이 가장 컸던 플라스틱 파트다. 아직 마무리 마감을 안한 상태라고 한다. 트레이는 투명한 상태로 만드는 후작업을 따로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트레이에 올려놓은 알약들이 서로 뭉치지 않게 엠보싱 패턴을 조합하였다. 변리사에 따르면 이 패턴 역시 특허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었다고 한다.

수거통도 후작업을 통해서 투명도를 키우고, 거친 부분을 부드럽게 한다고 한다.

이제 서로 결합할때 유격이 없어야 할텐데라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 또 각종 부품들을 연결할때, 볼트 가이드 위치가 제대로 위치하고 있나 걱정되기도 한다. 내가 고민한 들 부질 없지만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약국가도 힘들어졌다고 한다. 아내도 금번 프로젝트가 자신이 집행 하는거였다면 중간이 포기해야만 했을거라 말한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영향이 적잖이 있는 모양이다. 아무쪼록 큰 문제 없이 금번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현재까지는 양산에 대한 확신이 없다. 맛집을 돌아다니다 마복림 할머니에게 고추장 비법을 배워와서 맛있는 떡볶이 레시피를 하나 만든 셈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것과 이것을 규격화해서 떡볶이집을 차리는것과는 별개의 일이 되는 것이다.

이 제품이 완성되면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양산이 가능한지 혹은 양산하고 보급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등등을 고민해봐야겠다. 만에 하나 양산화에 실패하더라도 내 아내를 위한 전세계 한대밖에 없는 알세기 솔루션으로 그 의미를 다 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