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계수기 개발 진행과정

이 과정을 밝히는것이 업체 홍보일까 아닐까? 고민을 조금 해보면서 또 글을 쓰는 시점에도 갸우뚱하긴 하지만 작업하고 있는 과정에 대한 흐름상 밝힐수 밖에 없기에 기술해보려 한다.

알약 계수기 개발 동기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금형 제작과, 개발보드 등을 모두 포함하면 제작원가가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기 때문이다. 양산을 거쳐 상업화를 마친다하여도, 투자 원금과 개발 운영비, 그리고 사후관리비용등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결코 이용하는 주체자로써 적은 비용은 아닐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왜 비싼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이 제품이 좋은가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넋두리에 불과하다.

1.헬스케어 업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다.

약국에 키오스크 도입을 통해서 이 약국 이상하다 혹은 독특하다라는 별명을 얻었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조금은 보수적인 약국계에서 키오스크의 도입은 사실 큰 사건이었다. 경쟁 약국이 사정상 문을 며칠 닫았는데, 그 약국 충성고객들이 마지못해 우리 약국에 방문한적이 있다. 그 어르신들 입에서 이런 기계가 왜 필요하냐? 사람이 있는데 등등 갖가지 비방이 쏟아졌다. 키오스크가 있는것 정도는 알고 계신거였으며, 그 논리는 그 분들의 논리라기보다는 경쟁 약국 약사의 논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키오스크를 설치한 약국의 수는 많지 않다. 마치 대부분의 약국에서 도입을 할것 마냥 자신감 넘쳐했던 업체들은 시장에서 철수를 하기도 하고, 고전을 면치 못해서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업체도 만나보았다. 나는 약사에게 키오스크 사업은 잘 안될거야라고 단언하고, 우리 약국에 키오스크를 납품한 크레소티 담당자에게도 똑같이 말을 했다. (그 담당자는 현재 사업팀을 옮겨서 키오스크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 근래들어 키오스크를 교체할 일이 있어서 새로운 담당자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철저히 공급자 입장에서 편리하다고 주장을 한다. 속으로 아직도 멀었구나 생각했다. 우선 키오스크가 노동력을 줄여주지는 못한다. 비용을 내가면서 유지하기에는 약국이 얻는 이익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대형 약국의 경우 일정부분 업무 분산 효과가 있지만, 로컬약국에서 키오스크는 약사들로 하여금 물음표가 남을만하다. 우선 현금 수납이 불가하다. 약국 내방객들 중 현금 비중은 못해도 2-30%정도이다. 이 2-30%로 인해 전통적인 수납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약사 혹은 수납 직원이 따로 있어야 한다. 현금 수납기에 대해서 업체들은 한결같이 오류가 더 많아질거라고 대답들 한다. 반문한다. 시제품이라도 만들어보고, 테스트해보고 하는 소리인가? 서비스제공자 입장에서는 현금 수납기능은 손만 많이가고, 자신들의 이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헬스케어 업체의 큰 수입은 카드 수수료라 한다),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최소한의 기능으로 약사 사회에 이 제품이 편리하다고 강요한다. 그 결과 키오스크는 그들의 바램과 달리 시장이 커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처방전을 해독하고 환자의 요청에 맞춰서 이에 걸맞게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키오스크는 일선 로컬 약국에까지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다. 수없이 요청하고 건의해보았으나 들은 대답은 없었다. 약국이 더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주체적이고 능동적 소비자로 헬스케어 업체들과 거래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헬스케어 업체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약국 편의 제품들을 스스로 개발하여 이들로 하여금 자극받게 하기 위함이다.

2.계수 조제와 인벤토리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비자로 바라본 약국의 조제 행위는, 주로 해외에서 많이 행해지는 곽약을 그냥 내어주는 행위 (한달치 혈압약 등등)와, PTP 포장되어 있는 곽약을 제포한후에 통에 담아주는 행위, 한번 복용에 3-4알 정도의 다양한 약을 복용할 경우 이를 위한 약자판기를 통한 포장 행위, 연고등을 작은 연고통에 담아주는 행위, 물약을 덜어서 내주는 행위, 알약 복용이 힘든 소비자를 위한 가루형태로 갈아서 내보내는 행위 등등으로 나눠진다.

쓸모없이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행위중에 으뜸은 알세기였다. PTP상태로 제공될때는, 또 포장기계로 배출되어 나갈때는 그리 부담이 되지 않지만, 커다란 통에서 약을 뜯어서 소분해서 복용자에게 제공해야할 경우 실수를 줄이기 3번 이상 카운팅을 반복해야했다. 정확한 알약수만큼 헤아리는것은 중요하지만, 딱히 업무의 스킬이 필요하거나, 약사 직능적 판단을 요하는 조제 행위는 아니었다. 행여 다른 환자들 조제약이 밀리기라도 하면, 카운팅의 정확도는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알을 붓고 카운팅후 쓸어 담는행위까지 5초 안에 2-300정의 알약 카운팅을 끝낼수 있어야 한다가 금번 프로젝트의 설정 목표였다. 약사는 비웃었으나, 나는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또 향정 약품들 보유재고량을 실시간으로 보고해야하는 NIMS시스템에 연동시킨다면, 약사의 업무가 조금은 줄어들거라 생각했다. 또한 조제용 약품들을 스캔해서 자동입고 시키는 기능까지 확장한다면 단순히 알만 세는 행위만 하는 기계 이상이 되리라 생각했다.

3.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섭외하다.

사실 포기하고 싶었을 무렵, 우연찮게 검색중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개발자와 연결이 되었다. LGCNS에 계신 조언자는, 이 프로젝트에 쓰일 기술이 어떤 기술이어야 하는지 가이드를 쳐주셨고, 자신의 인맥중에 그런 기술을 보유한 업체나 개인이 있는지 함께 찾아주셨다. 그러다 우연히 검색중에 개발자를 만나게 된것이다. 해당 기술 보유자는 관련전공 박사였으며, 이전에 해왔던 프로젝트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이미 납품해 본 실적이 있었다. 10평 남짓 작은 약국에 앉아서, 베이스가 되는 미국 제품을 한번 쓰욱 보더니… 맞아요. 이거에요.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아 했다. 오히려 하드웨어 개발이 더 크고 중요하다. 수억은 들거다.라는 말을 듣고 설마 했는데… 설마가….(하긴 그간 진행비 집계만 해봐도)

4. 젊은 메이커 업체를 섭외하다.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시제품까지 담당하고 있는 업체이름은 Make-Fix이다. 구로쪽에 사무실을 갖고 있으며, 5명 정도가 팀을 이뤄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업체와 처음 일해보는지라, 방향키도 없었는데 업체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브리핑 후 진행을 시작했다. 사실 수차례의 세부 디자인 변경이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약국 업무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오해들이 그들이 제공한 시안에 묻어나 있었고, 이 디자인들을 바탕으로 조제실장과 약사는 의견을 나눠서 종합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제공하면 내가 메이커 업체에게 연락해서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최종적 디자인이 이걸로 결정되는 분위기 이다. 신태용감독처럼 트릭을 쓰는게 아니라, 디자이너와 약국의 의견을 조합하여 최종안으로 이렇게 흘러가는것이다.

5. 간판을 뭐로 달아야 하나?

메이커 업체들은 대체로 디자인 컨설팅비와 도면비 그리고 시제품까지 만들고 자신들의 이름은 빠진다. 그냥 쉽게 말하면 우리 약국에서 다한거고, 우리 약국 이름 박아서 제품 나가면 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약사가 아닌 내 눈에도 약국에 필요로하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하물며 현업에서 오래 활동한 약사들은 그 아이디어가 훨씬더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우리 약국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것은 대부분 다 알것이고, 굳이 우리 이름을 계속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윤약국 with Make-FIx 뭐 이런식으로 하드웨어에 로고를 잡으라고 허가했다. 행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고 싶을때, 윤약국과 콜라보했던 Make-Fix라는 회사에 의뢰해보자 정도가 내가 이 회사를 위해 해줄수 있는 배려였다. 이러한 배려를 핑계로 제작비를 깎거나 하진 않았다. 이미 모든 거래조건과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다 보내주고 난 다음에 이들에게 이렇게 제안을 했다. 같이 성장하면 좋지 않나요?라고 말이다.

6.헤이터들의 반란

아내는 개발비 뜯어내기 위한 사기 행위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투자 받은것도 없고, 정부 지원 사업 신청하려니 이래저래 손가는것도 많고 해서, 그냥 우리 스스로 다해버리고 있다. 심지어 약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셔터맨 비상금 털어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이다. 또 시제품을 만들더라도 이게 양산품이 되기 위해서 넘어야하는 산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무모하게 투자해달라고 말할 위치도 되지 않는다. 또한 약사가 아닌 셔터맨이 약국관련 솔루션을 말하는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드러내는 약사집단의 의견도 있다고 한다. 뭐 어쩌겠는가? 신분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헬스케어관계자라는 분이 약국에 대뜸 전화해서, 일개 약국에서 진행될 프로젝트가 아니니, 자신들에게 지금껏 했던 모든 자료와 인프라를 넘겨라 그러면 일정부분 보상해주겠다. 아내가 요즘 마스크때문에 날카롭고 전투력이 강하다. 이딴 전화하지 말고 직접 개발하세요라고 하고 끊어버렸다고 한다.

7. 잠시 휴업중

계약서에는 시제품 납기일을 8월 말로 명시해 놓았다. 가져온 계약서에 날짜를 9월 말로 내가 한달 더 연장을 해놓았다. 행여 이들이 조바심을 갖고 급하게 작업하게 하는것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천천히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근래들어 연락이 없어서 한번 문의해보니, 디자인 실장님 집에 상을 당했다고, 다음주에 복귀한다고 한다. 오히려 납기일을 늦춰주길 잘했다 생각 들었다.

8. 다음번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클리앙에 올렸으나 약국사회를 강타 했던 롤링제포기… PTP 알까기 제품을 윤약국 스럽게 재해석해서, 개발비가 허락한다면, Make-fix사와 함께 또 다시 콜라보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