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약국 시스템즈의 시작

집사람의 약국이 3년차에 접어들었다. 개국 2년차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는 약사와 별개로 개인적 투자를 시작했다. 적잖은 시간을 보냈고, 적잖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적잖은 비용을 감내해 내야만했다.

능동형 수납장에서부터, 알세기까지 다양한 연구과제들을 수행하면서 공개를 앞둔 결과물을 가장 먼저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알세기

어찌보면 단순한 작업이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평범한 보통사람들에게는 알을 세는 행위 자체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을수 있겠다. 하지만 약국내에서 특히 내과 처방을 주로 담당하는 약국 입장에서 알약을 헤아리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 작업중 하나였다.

계수조제

조제실에 어떤 약들은 커다란 약통에 1000알이 들어 있기도 하며, 500정이, 300정이 들어 있는 약들이 있다. 이 약들은 분량을 소분해서 파우칭해서 포장조제를 해서 제공되기도 하며, 한편으로 의사의 처방분량만큼 덜어서 빈통에 담아서 환자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계수조제의 불편함들 바라보면서

약자판기에 있는 계수기능은 감도가 떨어져서 정확도가 높지 않다. 약사는 고로 계수시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약자판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계수기를 저렴한 가격대에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들을 약사들이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카운팅을 해야하는 알약에 맞는 전용 카세트를 제작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해당되는 카세트가 있다 하더라도, 계수 조제를 위해서 해당 카세트를 찾아와야 하고, 그 카세트안에 알약을 붓고, 이 카세트를 카운팅 머신에 다시 연결한 다음 비로서 카운팅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행위는 복합적이고 정신없는 약국에서 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업무처리 방식이었다.

해결책을 향해서

최소한의 행위로 최단시간안에 결과물을 얻어내야 한다. 이것이 윤약국에서 알약 카운팅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내걸었던 연구주제였다. 초기에는 앱형태로 개발을 진행하려 했으나, 광학식 카운팅 어플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통제된 환경을 구축해줘야 함을 느꼈고, 또한 약국안에서 사용빈도를 놓고 보았을때 단순히 향정(마약류) 재고 수량 관리가 아닌, 계수조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었기에 Stand alone 방식의 제품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디자인을 받다.

소프트웨어부분에 대해서는 시제품이 완성된 이후 안정화 시키면서 글을 써볼까 한다. 이미 영혼은 완료 되어 있으며, 자신이 지배할 몸뚱아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면 맞는 표현이겠다. 하드웨어는 약사와 또 조제실장의 의견과 그들의 약국안에서 알세는 행위를 지켜보면서 이에 걸맞는 디자인을 찾았다. 미국서 가져온 제품을 모티브로 했으나, 한국 약국 실정에 맞게 처음 부터 다시 설계에 들어갔다.

개발비와 판매가에 대한 고민

개발비 총액은 약사도 모른다. 단지 약사가 짐작하는 수준에 몇배는 더 들었다. 스탠드 어론 제품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소프트웨어 개발비와 하드웨어 개발비 모두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며 큰 좌절을 안겨주었다.

특히 개발을 진행해주는 업체에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기성품이 없는지 찾아보라는 주문을 할 정도로, 플라스틱 사출에 대한 높은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행을 했다. 플라스틱 사출의 경우 사출 케이스 하나당 8-900만원대로 우리는 총 2판 이상을 제작해야 했다. 기성품이 있다면 1-2만원에 끝날 비용이, 10배는 더 비싼 원가 20만원 가까운 플라스틱 쪼가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시금형 제작이라 비용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하지만, 본 금형으로 넘어가서 사출로 가게되면 비싸지는 것이다.

또 다른 개발자의 등장

알세기 어플을 개발하고 있던 약사님이 계셨다. 그리고 윤약국에 방문하셨다. 당신이 개발하고 계신 알약 카운팅 어플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다. 한편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 약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알약 계수기는 전투형 타입이다. 그러기에 성능에 중점을 두고 개발을 하다보니, 제품 개발비만도 상당히 높을수 밖에 없었다. 이를 청춘판이라 하여, 염가판으로 일선 약국에 배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찰라에, 어플로 접근을 하고 있는 약사님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카운팅의 원리나 작동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결과는 같을 것이다.(알을 세는 행위이니까)

굳이 우리약국에서 개발하는 제품의 염가판을 따로 준비해야하는 수고를 덜게 된 셈이다. 약사 역시 문전약국이나, 병원약국, 약이 많은 내과 밑에 약국을 제외하고는 일반 약국에서 쓰기에는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의 사양이 너무 높다 했다.

앞으로 시제품까지 5주

제시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도면설계가 한 1-2주 들어갈 것이다. 그 이후 3-5주 정도에 시제품 제작이 완성될거라는 보고를 받았다. 시제품이 완성되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팀으로 제품이 옮겨가서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이식하고 최적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백라이트 조명 값이나, 모터의 진동값, 알약의 최소 파악 단위등을 설정한 다음에 필드에서 1달 정도 더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금번 프로젝트는 클리앙 집단 지성의 결과물임은 분명히 밝힐수 있다. 또한 열정페이나, 헌신페이는 없었다. Fair Pay만 존재했다. 특히 금번 개발에 언제나 조용히 개인적 무료 자문으로 도움을 주신 LG CNS 관계자분과, 평소 같으면 의사가 약국을 찾아오는 일이 없겠지만 클리앙 회원이라는 이유로 약국에 들려 이 얘기 저 얘기 경험을 나눠주신 의사 선생님들, 무수의 개발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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