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해서 비교해주세요. 어의없는 셔터맨

알약 계수기 리뷰를 올린 이후에, 특정사 제품과 비교해달라는 다소 어의없는 요구가 들어왔다. 문제는 그런 요구가 한분이 아닌 몇분이 되시는거다. 정중히 해당 제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답을 드렸다.

아내가 싫어하는 약국 손님의 패턴이 있는데… 본인이 원하는 연고나 약을 사고 난 다음에, 자신의 질병이나 상처에 아무런 도움도 안됨에도 불구하고 이게 도움이 된다는 동의를 약사로부터 끌어내려하는 손님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행여 본인의 의지대로 행동해놓고 난 다음에, 행여 문제라도 생기면 약사에게 떠넘거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약국 개업 초기 그런 얘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CCTV 없었으면 곤란해질만한 일이 발생했다. 약사가 줬고 약사가 시키는대로 해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고스란히 반박증거 자료가 나왔기에, 그 손님은 망신만 당하고 나갔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부산의 한 업체에서 개발된 알약 계수가기 있나보다. 그 업체의 제품과 컨셉등을 봤을때, 전투적인 약국환경에서는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 제품이 나쁘다 좋다 말할수 없는것은 내가 그 제품을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 제품 가격이 저렴한듯 싶다. 그러면 이 제품의 성능이 궁금하면 필요한 약사 스스로가 구매를 하면 될텐데, 왜 나에게 대리 구매하고 난 뒤 사용기를 알려 달라는것인지 모르겠다. 가격적으로 매력은 있는데, 나의 동의가 필요한 모양인듯 싶다. 그렇다한들 내가 그 제품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눈으로 알약을 세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약업계 중 특히 조제관련 부분에 대한 학습을 많이 해왔던 터라,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부분부터 하나씩 차곡차곡 접근해보고자 했다.

알을 세다.

비젼기술을 통한 알세기 도입을 위해 꽤 많은 전문 인력들을 만나보았다. 상담도 하였고, 개발의뢰도 해보았으나, 개발비가 들어가는 것과 별개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왔다. 결국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투자가 아닌이상, 개발에 나설수 없다는 개발사들의 입장이 이해는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섭섭하기까지 했다.

현재 윤약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알세기는 이전에 소개했던바처럼 Kirbylester사의 KL1이라는 제품이다. 이제품은 위상차를 레이저 센서로 계산하여 카운팅 하는 방식이다. 믹서처럼 생긴 통에 알약을 흔들듯 떨어트리면 이것이 계수 센서를 통과하여 밑에 바스켓에 담기는 형태인데… 이 때 떨어지는 알약의 위상차를 계산하여 알약 카운팅을 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만족이 된다. 현재 이 제품을 국내 총판하고 있는 업체에서 660만원에 판매중이다.

Kirbylester의 알약 계수기

처음 이 제품을 수소문하여 약국에 도입했을때는 국내 총판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못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형에게 부탁하여 어렵게 구입한 제품이다.

약국에서 약자판기(포장기)가 있는데, 부득불 이러한 계수기가 왜 필요한가라고 묻을수 있는데, 나 역시 그런 질문을 던지는 1인이었다. 종합병원 약제과에 있었을때와 로컬 약국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아내의 답변과, 특정 약품을 덜어서 가져가는데 특히 갯수가 큰 경우와, 향정이라 불리는 특별관리대상 약품들이 반출될때 약사와 직원이 번갈아가면서 이중체크를 해야만 했다.

커비사의 제품을 구매한 결정적인 이유도, 타이레놀 360알이 한명의 처방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조제용 타이레놀은 벌크 통으로 1,000알이 들어 있다. 이 중 360알을 덜어서 처방손님에게 나가야 한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알약을 세는 행위는 결코 가벼운 업무는 아니었다.

커비사의 제품에 회의를 느끼다.

우선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가격이 660만원으로 이는 행사가에 속한다. 약사들이 돈을 잘 버는가? 일부는 yes라고 할수도 있고, 또 일부는 No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다. 약사들 스스로도 개인사업자이기에, 일반적으로 돈을 잘 번다고 말할수는 없다. 단지 약국에게 임대하는 임대업자들은 주변 시세에 비해 고액의 임대 수익을 거둬가는것만은 사실이다.

알세기 제품의 경우 전적으로 해외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종속은 해외 특히 미국에서 형성되어 있는 제품가격을 바탕으로 국내에 소개되므로 금액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선 커비사의 제품에 실망한 첫번째 이유로 이 제품은 소량의 알약을 카운팅할때만 유용했다. 예를 들어 약장의 모든 약들을 (벌크로 들어온 )전수 조사할라 치면, 상당히 큰 문제점이 따른다. 이 제품은 초당 15알을 셀 수 있는 제품이다. 사람의 손으로 평균 15알 정도의 알약을 내려보내야만 되며, 그 이상일 경우에는 에러 메세지를 내면서 제품이 리셋이 된다. 가령 600개의 알약을 세기 위해 열심히 붓다가, 중간쯤에 에러가 터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이 제품을 통해서 우리 약국은 2년전부터 실시간 재고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당 15개의 한계가 약국에서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알약이 큰 경우에야 초당 15개의 카운팅으로 충분하지만, 알약 사이즈가 5mm 미만인 경우 스냅 한번 잘못 돌리면 한번에 5-60알이 카운티 기계로 흘러 들어간다. 여지없이 에러다. 또한 알약이 작을 경우에는 반드시 이중으로 체크를 해줘야한다. 자주는 아니어도 이따금씩 실제와 다르게 한 알정도, 수백알을 셀 경우에도 2알 정도의 오차가 생기기도 한다. 초당 15개라고 하여, 15개가 더 들어오면 바로 에러 메세지를 보내는게 아니라, 천천히 넣으라고 경고사운드가 울린다. 이런 상황이 계수할때 몇번 발생하면 한 두알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초당 15개 미만으로 계수기에 부으면 오차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사람의 손목 스냅으로 적정량의 알약을 떨구어주는 행위자체도 은근히 긴장하게 만든다.

두번째로,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향정약품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편의상 그냥 정부라고 말하겠다. 어느 약국에 어떤 로트의 약품이 얼마나 들어가 있고, 얼마나 썼는지, 그리고 그 약국에 얼마의 수량이 남아 있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는것이다. 이따금씩 소분되어 통으로 나가는 향정 약품이 있는데, 덜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주 간혹 있다. 오해에 의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약사는 그들은 약간의 의도성을 가진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럴때마다, Kirby사의 제품을 매대로 가져와서 눈에 보는 앞에서 바로 세어서 내보내는 경우도 보았다.아내가 향정은 나갈때마다, 그 세어진 알 수 만큼 사진이라도 찍어놓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나는 이 얘기를 예사로 넘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했던것처럼 비싼 가격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져야 한다는것이 내가 가진 생각이었다. 이 세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전용app 개발을 위해 동분 서주 했던것이다.

코로나를 뚫고 뉴욕에서 한국으로…

얼마전 뉴욕에서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다. 내가 개발하고자 했던 대부분의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찾게 되었다. 미국의 의료장비업체들은 철저한 페이퍼웍을 요구로 한다. 미국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중인 회사였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는 회사였다. 일개 한국의 작은 약국에서 미국 업체를 상대로 테스트 제품 구매를 요구하는것이 자칫 무모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이 회사 대표에게, 여지껏 이러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작은 성과들 그리고 진행되었던 이벤트등을 진솔하게 설명하였다. 그리고나서 너희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싶으며, 그 비용은 지불하겠노라라고 말을 하였을때, 대표는 일정부분 고민을 해본뒤에 윤약국에 해당 제품을 보내줄지 말지 답해주겠노라 말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페이팔로부터 결재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우리에게 제품을 제공하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다.

테이블 위에 제품을 올려 놓고 알약을 판위에 올려 부었을때, 이미 게임은 끝났다. 이 제품은 게임체인저 그 자체였다. 아무런 배경지식없이, 윤약사는 스스로 기능을 깨쳤으며, Kirby사의 계수기와는 비교도 안되게 빠른 속도와 정확도에 많이 놀라는듯 하였다.

이 제품은 철저히 미국식이다. 우리나라처럼 약을 봉지에 담아서 한포 한포 포장하는것과 다르게, 미국은 대체로 약통에 처방된 일수만큼의 약을 소분하여 제공한다. 이 계수기는 미국내의 처방전 바코드를 리딩할 있도록 본체에 바코드 리더가 붙어 있으며, 먼저 처방전을 리딩하고 나면, 계수해야하는 약품 정보가 뜨고, 해당되는 약품의 바코드를 다시한번 리딩 시키고 난 뒤에 카운팅 하는 구조이다. 이러하기에 이러한 계수기에 NDC(미국의약품 정보)의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갱신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말은 한국에서는 아무 쓸데 없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 업체에 연락을 했다. 너희 제품이 참으로 우리의 현실에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약국의 기대수익이 미국과는 상당 수준 차이가 있으며, 이에 맞는 가격결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조제의약품들은 RFID나 gs1-128 매트릭스 코드를 표준으로 삼고 있기에, 미국의 바코드체계와 달라서 2차원 바코드를 지원하는 리더기가 필요하다는 점, 큰 불편은 없지만 한글화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약학정보 데이터를 활용할수 있게 api를 일정부분 오픈해달라는것, 또한 “님스”라 하여, 향정약품의 실시간 재고 파악을 위한 시스템 연동을 위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이 중 일정부분 개발에 관해서 우리약국에서 진행을 하기로 했으며,

결국 나당연합군인가?

현재 이 업체와 우리 약국은 파트너쉽 체결을 목표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 유통까지도 협의중이다. 이들은 현재 한국의 조제문화와 특수한 환경등에 대해 공부중이며, 하루 한차례 이상으로 서로에게 궁금한 내용이나, 질문등을 주고받으며 빌드업하고 있다.

아쉬운것은 이러한 콜라보를 국내 업체와 기대했으나, 결론적으로 미국 업체와 진행하게 된 것이다. 행여 이들과의 협업이 잘 진행되더라도, 국내 약국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 제시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