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반알의 계절

약사를 따라 팜엑스포라는 행사에 들렸다. 약업관련 전시회장이다. 우리 약국에서 한달여간 테스트한 조제약 검수기도 전시되어 있었기에, 겸사 겸사 방문을 하게 되었다. 간단한 현장 스케치를 하자면, 약국내 키오스크를 메이저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음에도 불구, 약국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약사 혹은 약국 종사자들에게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수준은 낮았다. 냉정히 2년전 우리 약국이 도입했던 기술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가령 의료보호대상자들의 경우 키오스크에서 처방전 입력이 불가하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결국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것이고, 키오스크로 인해 약국에 안오는 손님이 있다면 믿겠는가? 사실이다.

현금 수납은 또 왜 안되나? 약국 고객중 충성고객은 소아과 환자 그리고 노령인구가 대부분이다. 젊은 엄마들 중심의 소아과 방문자들에게 키오스크는 손쉬운 접근이 되겠지만, 노인 인구가 많은 내과 중심의 약국에서는 처방전 키오스크의 효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처방전 스캔방식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한데, 기존 스캔 모듈을 선택해서 부착한 제품들이 전부였다. 처방손님들은 자신의 처방전에 바코드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이미 학습된 사람들이 약국에 방문하리라 생각하는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처방전을 올려놓는 데스크 위쪽에 영상에서 보여지듯 비주얼 바코드 리딩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바로 전면에 이름과 금액 그리고 결재를 할 수 있게 해주면 부득불 키오스크라는 장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될듯 싶은데, 왜 그런 하드웨어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종종 보험사 제출을 위해 처방약 합계 영수증을 필요로 하는 손님들이 계신데, 화면에다가 직접 본인 개인 정보 넣고 본인 기록 열람해서, 출력을 하거나 혹은 메일(카톡)등으로 쏘아주면 보험사와 별다른 협약 없이도 처리가 될것 같은데… 자꾸 여긴 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연적 확장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키오스크 업체는 UBcare라고 생각했다. (미안하다 크레소티…)

겨울이다. 이제야 본론이다. 초창기 약국을 처음본 사람의 시각에서 2년이 지난 현재도 큰 변화는 없다. 조제실장은 고이 앉아서 클리앙을 띄어놓고 프론드라는 알약을 반으로 쪼개는 작업을 한다. 이게 생긴 모양이 타원형이라서 커터기에 넣고 쪼개는것이 불편하다. 오히려 가위를 들고 앉아서 쪼갠다. 그 자태가 곱기까지 하다.

며칠전 우연히, 아내의 손을 잡았다. 가족끼리 그러면 안되는데 그날은 실수였다. 후회한다. 아내의 손이 거칠다. 그러면서 일전에 약을 만지다보면 손이 거칠어진다고 했던 말을 기억했다. 또 약을 만지기에 수시로 손을 씻거나, 알콜 소독수를 이용하기에 더더욱 손이 볼품없어 지는것이었다. 약국에 돌아와서 조제실장의 손을 잡았다. ‘이게 돌았나?’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 친구의 손도 거칠어져있다. 그리고 반알 리스트를 뽑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총 50여개의 반알 처방이 존재하며, 다빈도 횟수로 10개 안팎의 약품이 나왔다.

반알기를 구매하다.

슈다패드와 프론드라는 겨울철 약품(어떠한 작용을 하는지는 모르나, 감기 환자들에게 늘쌍 나감)을 하루에 2-3통을 쓰는것 같다. 가끔씩 약국에 나와서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이러한 약들의 반알을 만드는것이다. 두사람의 손을 만져보니, 또 아무리 깨끗이 씻고 작업한다한들, 약들을 손으로 직접 만지는것에 대한 찝찝함이라고 할까 반알기 도입에 이른다.

외부에 있을때, 다급히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반알기업체에서 기계를 갖고 약국에 왔다는것이다. 막상 구매를 하려고 하니, 비용에 겁이 났나보다. 660만원이었으니, 비싸다 느끼는것은 당연하다. 몇분 안지나 조제 실장에게 다시 전화가 온다. 다시한번 생각하라는것이다. 그래서 작동이 잘 안되냐고 물으니, 작동은 잘된다고 한다. 그러면 구매하라고 했다.

오후에 약국에 들렸을때, 조제실장은 업무량에 비해서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것이었다. 그리고 생긴게 너무 못생겼다는 점… 직전 약국에서 테스트하던 네델란드 검수기나 알약계수기등과 비교해보았을때, 그 외형은 암담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직관적인가? 제품에 담당자 개인 번호까지 다 찍혀있고, 화려한 스티커 작업에…

간단히 설명하면 이 제품은 2-3초마다 반알을 내어준다. 쳐다보고 있으면 답답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를 걸어놓으면 묵묵하게 업무를 수행한다. 또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사용빈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통 일주일 분량의 반알을 퇴근할때 물려놓으면, 아침에 출근할때 한가득 반알을 만날수 있다.

보이는것과 다르게, 제품에 고민의 흔적을 많이 찾을수 있었다. 내부 청소가 용이한 구조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알약을 반으로 쪼개면서 생기는 미세 먼지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을수 밖에 없다. 다행이도 청소는 용이하다. 반면 이 제품은 약품보관 전용 카세트를 필요로 한다. 즉 한 약품에 하나의 카세트가 배정되어야 한다. 이는 약들의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이 약의 특성에 맞는 카세트를 맞춤 제작 해야한다. 하지만 약들의 크기가 비슷한 경우 호환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 약국에서는 따로 반알을 내기 위한 카세트를 따로 주문 하지 않았다. 기존에 있는 카세트만으로도 충분히 활용 할 수 있었다.

국내제품보다는 해외 제품에 더 관심을 갖고 이래저래 연락을 해보는등 노력을 해보았으나, 번번히 무산되었다. 당시만해도, 현재 도입한 반알기는 오직 원형타입만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제품이나 일본 제품들은 원형 타원형 길죽한 형태 등등 대부분의 알약을 반알을 낼 수 있었으며,특정 제품은 1/4정도 가능한 제품도 있었다. 또한 도입한 제품은 반알을 물리적 힘을 가해서 만드는 반면, 미국제품과 일본제품은 블레이드(원형날)을 이용해 커팅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발생하는 분진을 막기위해 헤파필터가 본체에 장착되어 있었다.

근본적인 질문

왜 반알 처방이 나오는가? 나도 똑같이 질문하고 싶다. 우선 아내의 설명대로라면 의사의 직관에 의해 처방되어지는 고유 영역이기에 그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접고 얘기하더라도, 반알을 많이 내는 약들은 대부분 저가품이라는것이다. 말그대로 효능이 저능이 아니라, 제품 가격 자체가 엄청 저렴해서, 이걸 세분화해서 용량별로 만들어 공급하기에는 수지타산이 안맞을거라는 얘기. 또 어떤 약품은 절반 용량짜리가 있음에도, 1/2정을 헀을경우 소비자(환자)의 약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얘기를 한다.

공유경제를 다시 묻다.

우리 약국은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소재한다. 약품 반절기는 일주일에 하루정도만 작동하고 놀고 있다. 문전약국처럼 하루 5-600명의 약을 조제하는 약국 아니고서는, 이 제품이 매일같이 쓰이지 않을것이다. 이 제품을 주변 약국들과 공유하자고 하자, 아내는 나를 보고 웃는다. 가령 약한통 가격 넣어줄테니까 반알내서 보내달라는 약국들도 있을거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최근 약국앞에 있는 입간판을 치우라고 민원이 들어왔다는 말을 한다. 문제는 우리는 약국 바로 문앞에 두어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걸리적 거리지 않고, 모퉁이도 아니라 틀어서 건물로 가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안준다.오히려 모퉁이나 가장자리에 있는 수많은 입간판중에 하필 이 약국 간판만 민원을 넣었을까 생각해보라는것이었다. 과거 전력을 생각해보면 주변 경쟁 약국들의 소행일수도있겠다 괜한 짐작을해본다는것이었다.

일손이 부족한 1인 약국 약국장님들께 제안을 합니다.

우리약국에 오갈수 있는 거리에 계신 1인약국 약국장님들의 반절기를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대형약국은 구매를 권해드립니다. 대신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은 UB오토팩이라는 약자판기이고, 그로인해 반절기도 UB 오토팩 카세트에 맞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고로 반알을 내실 분들은 이에 맞는 카세트를 함께 제공해주셔야합니다.(제가 아는선에서는 슈다패드와 프론드 정도는 저희 카세트가 있습니다.)대신 아내의 걱정대로 전화해서 1통보내주세요라고하는 등의 요청은 정중히 거절하려 합니다. 직접 약을 갖고 오셔서 작업을 걸고, 찾아가실때도 직접 찾아가시면 됩니다. 단 이러한 행위가 행여 약사법에 위배된다면, 멈추겠습니다. *반알을 내는 행위자체가 조제행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것 같습니다. ) 당연히 이용료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