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건물에서 살아 남는 법, 달구지편

처음 약국을 계약하고 난 뒤에 이상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상가 내부에 계단이 있다. 가뜩이나 좁은 건물이건만 계단의 존재는 더더욱 약국을 비좁게 만들었다. 처음 아내가 공간 활용을 계단으로 인해 못하게 되니까 많이 속상해 했다. 내과 하나 바라보고 입주한터라, 조제실의 크기가 큰 의미가 없었다. 약국 면적의 절반이 조제실이 되어버린거다. 지금에서야 바라보면, 그 계단이 없었으면, 약국 전체를 새로 인테리어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것은 자명했다. 현재의 5평 규모의 조제실도 비좁다 느껴진다고 한다.

삭신이 쑤신다로 시작한 고된 음료병 박스 나르기에 한계를 느낄 무렵… 여약사와 여직원만 있는 약국은 어찌 이러한 짐들을 정리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약사의 업장이지만, 어짜피 한쪽 발을 담근 이상, 약사의 입장은 입장대로, 셔터맨의 입장은 내 이기적인 사고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주구장창 주장하지만, 셔터맨은 게으르다. 그리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어한다. 박카스가 한주에 3박스씩 들어오는데, 도합 60kg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는 계단이 있다. 어떻게 나를것인가? 물론 박카스 아저씨들(물류사원)이 가져다 주긴하지만, 이를 꺼내서 다시 배치해야하는것은 약국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계단용 카트를 맞이하다.

어떠한 물건을 구매할때 필요에 따른 원칙을 세운다. 그리고 그 원칙에 딱 부합하는 제품들이 있을때도 있지만, 미흡한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할때는 타협점을 찾는다. 내가 원하는 기준에 어느정도 못미치는지, 그리고 그 미흡한 기능지원이 내가 쓰려는 목적에 걸리적 거리는 정도가 적은지 말이다. 카트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 했다. 옆 과일집에 있는 카트를 이리저리 끌어보고, 돌려보고, 계단도 타보고 했다. 정육점 사장님과 과일집 모두 나와서 내가 하는 이상한 행동을 관심있게 쳐다본다. “쟤. 또 뭔짓이지?” 이런 표정으로 말이다. 계단이 있으니, 아무래도 계단용 카트 구매를 고심했다. 기존 카트로는 계단을 타기가 어렵다.

약국 매대와 조제실로 들어가는 통로는 비좁다. 일반 카트의 경우 직진성은 좋은데, 좁은 공간에서 이동성은 영 불편했다. 마치 자동차처럼 일정 반경 회전반경을 만들어 줘야했다. 노련한 선수라면 이 두 바퀴만으로도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 아내 수준에 맞춰야 했다.

Omni Directional wheel

DJI에서 코딩 교육용 장남감 탱크가 발매되었다. 이 친구들 돈 많으니까 별결 다 만드네 생각하다가, 그 탱크의 움직임을 보았다. 옴니 디렉셔널 휠이다. 사실 이 단어가 맞는지도 모르고, 머리속으로 단어를 열거하였고, 이를 검색해봤다. 결론적으로 옴니 디렉셔널 휠은 존재했다.

좁은 통로에서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한 옴니휠이 작은 약국 통로에서 유용할것이라 판단했다. 또 계단을 타야하므로 계단 타기에 특화된 카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해당되는 제품은 호주 제품으로, 카트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옴니휠을 이용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였다. 제품은 바퀴부분은 이미 조립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스스로 조립을 해야했다. 별거 아닌것 같은데, 1시간은 족히 넘게 걸린것 같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10분안에 해결했을것이다.

간단하게 사용감을 적는다면, 우선 계단은 잘 탄다. 생각보다 짐을 싣고 계단을 오를때, 힘이 적게 든다. 또 좁은 통로를 지나갈때도 바퀴에 맞춰서 조정하는것이 아니라, 손쉽게 방향을 틀어서 벽등에 부딛히지 않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도달 할 수가 있게 되었다. 행여 무거운 박스라도 싣고 방향을 한번 틀라치면, 바퀴 반경만큼의 이동공간이 필요하지만, 이 제품은 360도 방향으로 그냥 밀어 이동할 수 있기에 약국에 적합한 도구인 셈이다. 부드러운 핸들링은 여자인 약사가 큰 부담없이 박카스 박스 하나 정도는 계단을 태울수 있게 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