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발사르탄 사태와 현재(1)

아내가 약국에서 직원과 함께 약의 유통기간을 정리하고 있었다. 약도 큰 범위안에서 보면 식품인 것이다. 물론 사전적 정의와 또 약학계의 입장에서 약과 식품을 엄연히 구별하겠지만, 읽은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한 예로 식품으로 표현했다. 모든 식품들이 그러하듯, 약품들도 고유의 유통기한을 두고 있다. 이렇기에 약국에서 약품의 유통기한 검수는 참으로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보관할 경우 보건소 단속등을 통해 행정처분이나 벌금형을 받을수도 있고, 그보다 중요한것은 투약자들로 하여금 안전한 투약생활을 보장하는 역할로서의 약국이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적이 있다. 우리약국은 실시간 재고를 파악하고 있는 약국이다. 물론 우리와 같은 약국이 더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몇주전 약국에 방문했던 헬스케어 관련 개발업체 담당자는 실시간 약품 재고를 하고 있는 약국을 처음 본다고하였다. 이 얘기는 우리가 유일하다가 아니라, 흔하지 않다로 받아들였다.

종병 약국에서 근무했던아내였던지라, 로컬에서 사용하는 약품과 처음 들어보는 제약사들에 많이 놀라했다. 그냥 옆에서 지켜본바로는 이 듣보 제약사는 뭐냐?라는 식으로 나는 느껴졌다.

동일한 성분의 약품들이 약장에 즐비하다. 만든 제조사가 다르기에, 동일한 성분이고 동일한 효능이지만 처방전에서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약이 되는 것이다. 섞어써도 무방할만큼 똑같은 약이지만 엄연히 구별되어 있다. 또 약사들은 이를 철두철미하게 지킨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의사와 협의 혹은 환자에게 고지한 다음 대체를 하는 경우가 있으나, 인근 병원에서 오는 약품들은 대체로 모두 구비를 해 놓고 있는 것이다. 약사의 입장에서 또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게 아니라, 셔터맨의 입장에서 조금 보자면, 약방에 감초라고 했던가? 한약에서 어떠한 탕재를 만들더라도 흔히 들어가는 약초가 감초라하는데, 이렇듯 감초같은 약품들에 기준을 잡고 약사들의 선택조제권을 부여하는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전체 의약품에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약학계의 주장과 반대하는 의학계의 주장에 대해서 사실 두 이익단체의 주장에 맞물려 있지만, 약국에서 큰 의미없이 혼용해서 사용해도 되는 약품들의 가짓수가 늘어나는것은 약사의 관리업무에 지장을 줄뿐이다.

발사르탄 사태를 접하면서

작년 한국을 강타한 혈압약 사태… 중국산 원료중 일부분에 불량 생산된 제품이 국내에 수입되어고 이를 베이킹하여 (약도 굽는다고 표현하는게…밀가루 녹말 같은거 섞어서 성형해서 구움) 유통한 제약사들의 약들이 대거 회수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우리 약국에서도 교환작업이 이뤄졌다. 제약사들은 또 도매상들은 전수조사하듯 들락거리며 약국내 해당 제품을 파악 회수해갔다. 물론 약사가 먼저 분류해놓고 따로 관리하였다.

맘에 드는 의협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자, 의협에서 성명서를 발표한다. 약사들이 주장하는 성분명 처방을 시행할 경우 약국 마진을 키우기 위해 저가 카피약을 집중적으로 사용할것이고, 이것이 현재 벌어지는 발사르탄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것이라는 요지의 성명이었다. 멋있다. 현재 의료체계는 약품명 처방으로 불량 발사르탄 사태의 처방 책임자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이다. 그들 역시 이것이 불량일거라고 생각하고 처방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러한 카피 약들을 선택한 당사자가 처방의 자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에 엄하게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약사들을 들먹인다. 고도의 정치다.발사르탄 사태로 멘붕온 국민들에게, 약사들이 주장하는대로 성분명 처방으로 바뀌면 더 큰 재앙이 올수도 있다는 시그널이다. 비꼬는게 아니라 진짜 멋있다. 이익집단으로써 어떻게 사태에 대응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목표치가 있다. 반면 약사회의 대응은 어떠하였는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내에게 직능을 대표하는 이익집단이 사태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책을 만들어가는지 잘 보라고 했다. 논리 대응면에서 약사회는 의협에 많이 밀리는듯 하다. 이는 전적으로 내 개인 생각이다. 약사회를 폄하하거나, 의사회를 돌려깔 목적은 전혀 없다.

약에 유통 기한을 찾아보자.

조제실에 있는 모든 약품들은 qr코드가 인쇄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gs1- matrix코드이다. 또 그 옆에는 유통기한도 같이 찍혀있다. 직원과 함께 일정을 정해놓고 매일 일정량의 약품들을 전수 조사하여, 유통기한을 체크한다. 듣기로 유통기한 임박으로 인해 반품처리한 약품이 5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약의 유통기간을 관리하는것이 정말로 중요한것은 동의하는데, 그렇게 시간 들여 일일이 체크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통기한도 나와있지만 이상한 숫자들이 많이 찍혀 있다. 당연히 모를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몰라 약사에게 물었다. 이 바코드 뭐냐? 그리고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게 뭐야?라고 묻자 당연히 모른다는 답변이다.

다빈치코드

평소 신경쓰지 않았던 이 코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조제실 안에 모든 약품들에 해당되는 바코드가 거의 다 찍혀 있었다. 나는 이 코드들이 현재 자신의 위치와 유통 이력 혹은 제조 공정상 시점을 밝혀주는 그런 정보가 실려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올때마다 설명을 부탁했지만, 대답을 해줄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법령을 살펴보다.

어떠한 질서에 의해서인지 동일한 패턴으로 약품들에 찍혀 있는 이 코드는 분명 강제성을 수반했다고 또 다른 가정을 해봤다. 이런 실무적인 규칙은 대부분 법보다는 법하위의 행정규칙 쯤에서 걸리기 마련인데, 이것이 대통령령인지, 혹은 총리령 아니면 해당기관의 령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검색을 통해 이 바코드 기준은 복지부 행정규칙으로 2015년도에 시행되기 시작했다. Rfid 테그 혹은 바코드로 약품의 유통이력을 관리하는 목적이었다. 한미제약과 일부 몇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코드 인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rfid테그의 가격문제로 인한것으로 보였다.

보건복지부 의약품 표준 (GS1 표준바코드 및 코드체계) :: GS1 128 GS1 Datamatrix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포장 단위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를 2015년 1월부터 시행하였다. 이는 의약품의 유통 투명화 및 오남용, 위조방지 등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것으로, 제약사에서 생산·수입된 의약품이 도매상을 거쳐 요양기관으로 유통되는 전체 경로를 의약품 최소유통단위로 추적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생산 및 유통과정 상 문제가 발생한 의약품은 신속하게 리콜 또는 회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의약품 일련번호 표시 및 유통이력(공급내역) 보고 제도에 따라, 의약품 제조·수입사에서는 자사 의약품 포장에 일련번호가 입력된 GS1 국제표준 바코드를 인쇄해야 하고, 제품 출하 시 관련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로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의약품도매상에서도 공급받은 의약품을 출하할 때 일련번호 등 의약품의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현재 미국, EU,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GS1 국제표준 기반의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도입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일련번호 표시를 2015년부터 추가하도록 한 바 있다. * 「의약품 바코드와 RFID tag의 사용 및 관리요령 (2011.5월 개정·공포)

GS1-128

자… 이제 약사들은 유통업계의 정보도 함께 알아야한다. ㅎㅎㅎㅎ 진짜 웃음만 난다. Gs1-128이라는 코드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들어있다.

상품코드는 gtin 13으로 제품 정보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발사르탄은….

Gs1-128은 약품의 유통이력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코드이다. 그러면 적어도 보건 당국은 어느 약국에 얼마만큼의 불량 발사르탄이 구매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근데 뭐지 이 쌍팔년도식 전수조사는 말이지.. 도매상들이 배송오는 인보이스를 받아놓고 체크하기 시작했다. 지오영이라는 회사만이 주문한 약의 유통기한이 명시되어 오고, 나머지 회사들은 그조차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지오영에서 배송온 실제 약품과 영수증에 제시된 유통기한은 다르다. 결론적으로 유통이력을 담고 있는 gs1-128은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다. 정부에서 고시한대로 이 코드 체계가 일선 약국에서 활용하였다면, 문제가 있는 약품을 복용한 환자가 누구인지까지 명확하고 투명하게 관리 되어야함에, 실상은 그렇지 못한것이다.

 

한국식 조제 방법과 유통관리의 문제점

한국 약국의 조제실은 파우치 포장을 해서 복용자들에게 제공되는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하기에 약통을 헐어서 사용한다. 즉 30알 들어있는 통을 한 환자에게 다 쓰는게 아니라, 어떤 환자는 10알 어떤 환자는 3알 뭐 이런식으로 처방전 기준에 의해 나눠서 사용하게 된다. 고로 현실적으로 바코드가 지시하는 약통과 실제 저장되어 있는 약 알 수를 헤아리기 힘든 구조이기도 하다.  말이 어렵지만, 그냥 약통의 약을 헐어서 분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제실 약장을 다시한번 들여다 보다.

유통기한이 바코드로 담겨져 있을거라는 생각에, 바코드 공부를 실시하였고 바코드 안에는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이상의 물류정보가 함께 제공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시험적으로 바코드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한번 약국의 DB를 업데이트 하기로 결정하였다.  문제는 이 DB를 축적한들 약국 청구 프로그램과 연동되지 않으면, 죽은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데이터를 모으기로 했다. 적어도 유통기간은 확인할 수 있으며, 기존에 파일메이커로 작성해놓은 약병 위치 DB에 연동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대하는것은 이 약이 어느 도매상으로부터 들어왔는지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면 더 할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론 당연히 되겠지만, 약간의 불신이 감돈다.

손쉬운 하드웨어를 받아 들이다.

약사가 태클을 걸어온다. 가뜩이나 분주한 약국에서 약품을 바코드로 일일이 찍는다는것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다가 돌아온 답이었다. 분명 번거로운 작업임에 일정 부분 수긍을 했다.

 

41OKmEBis6L._SCLZZZZZZZ__SY500_SX500_

손가락에 끼워서 사용하는 블루투스 2d 바코드 스캐너이다. 블루투스 송신거리 안에 있다면, 약통들의 바코드를 찍으면 설정해놓은 장비에 바코드 내용이 날라간다. 아이패드에서도 작동을 잘한다. 아내가 손가락에 끼워서 사용해보더니, 이건 편하네… 이렇게 찍으면 자료가 컴퓨터로 다 가는거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한다.

입고되는 약품들의 입력과 출고되어 사라지는 약품들의 이력을 어떻게 구분하여야 할지, 또 사용하고 남은 약품들의 정보는 어떻게 수치화 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약국도 유통업체이다. 약사들이 유통업을 배우진 않았을텐데, 그들의 업무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할일은 많고, 재능은 없고 답답함에 … 피자나 만들어 먹어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