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기도 귀찮다. 약국 셔터맨의 일상

기억을 더듬으며, 이전 병원을 다녔을때를 생각해보았다. 물론 몸이 건강 체질은 아니지만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 건보재정 확충에 일익을 담당하는 충직한 소리없는 애국 시민인 셈이다. 그러니 병원이나 약국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졌다. 이것이 어찌보면 일반적 약사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 무모하게 고개를 들이밀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8년전 유학생활 중 (40대에 아직도 학업중이다.)감기에 걸려 병원에 간적이 있다. 의사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종이 한장에 나뚜어 오렌지 자프트라는 글을 하나 써준다. 특유의 독

일어 액센트에 영어를 구사하니.. 이에 스위스 독어 사투리 어감까지 섞여서, 도통 알아 먹을수 없는데, 한 15분은 떠든것 같다. 일상적으로 뭐 먹냐, 잠자리는 언제 드느냐? 혼자 사냐 등등등…. 뭐 무슨 면접 보는줄로 착각했다.  분명히 오렌지 쥬스다. 그것도 생 오렌지 쥬스란다. 뭐 일단 의사가 줬으니, 이걸 들고 약국에 들렸다. 여기 약사도 빤히 나를 쳐다보다가, 종이를 돌려주는 태도를 취하다가 돌연 뒤돌아 탕비실쯤으로 보이는 곳으로 갔다. 그러더니 오렌지 두개를 이상한 기계에 넣었다. 오렌지 착즙기였다. 그리고 컵에 담아서 가져왔다. 그리고 난 뒤에, 미그로(우리로치면 롯데마트)에 가면 생과일 쥬스가 많으니 그거 사먹으면서 편히 쉬라고 한다.

그 기억 하나 붙잡고, 오렌지 기계를 약국 전면에 배치했다. 물론 훗날 이 기계가 주변 약사들의 공분을 사게됐으며, 신고를 먹기에 이른다. 뭐 생각의 기준이 다르니, 또 병원 약사생활만 해왔던 집사람도 편의시설을 좀 유별나게 한다로 생각했지, 손님을 뺏기 위한 술수로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찰라였다.  현재는 오렌지 수입가격이 미친듯하여, 113구짜리가 3만원까지 떨어질때 다시 기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믹스커피말고 좀 좋은 커피를 제공하자는 마음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하나 직구해서 얹어놓고, 자율적으로 아메리카노를 내려 먹을수 있게 했다. 또 얼음 정수기를 통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누릴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것도 신고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