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약국 셔터맨의 선택들

여러 우여곡절끝에 약국을 오픈했다. 약사들은 이를 개국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나는 개국 공신인 셈이다.

자리 잡은 건물 2층에는 처방전 하루 평균 150개 이상, 겨울철은 200개 이상 나오는 내과가 있다. 돈벌고 먹고 사는 문제인지라, 텃세가 심하다못해 예상치도 못한 신고와 고발을 접하기에 물론 100% 무혐의다. 이 얘기는 훗날에 시간이 되면 털기로 한다.

처음 약국을 오픈하면서 ATC라는 약 자판기를 구매하였다. 재미진것은 이 기계 하나면 약사는 놀고 먹을수 있다라고 생각을 했다. 약국이 입점한 동네는 인구가 어마무시한 올드타운이며, 각 의원들에서 쏟아내는 환자 처방이 일 100개가 넘는다. 굳이 표현하면 일 평균 100건 이상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원 수가 10개 정도 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약사들이 있다면, 이곳은 천국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지옥이다. 문전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에서 받아내는 처방전 비율이 30-40%에 머무르고 있다. 기존 약국들의 담합과 투철한 신고 정신 그리고 오랫동안 지역을 지켰던 터줏대감들을 신규 약국이 일순간에 따라가긴 힘든게 맞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 우리가 주력으로 보고 있는 내과뿐 아니라 주변 의원들의 약까지 구비를 하고 있어야하기에 약장은 터져나가고 있었다. 약자판기에 들어가는 약은 고작 100개 남짓… 또 자판기에 약을 심으려한다면,(약통을 카세트라고 부르고, 카세트안에 약을 넣는것을 심는다고 한다.)약 규격에 맞는 카세트모듈을 따로 주문해야 하는것이다. 그러니까 능동적으로 약통을 활용할수가 있는게 아니다. 거의 1대1 매칭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약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약들은 같은 크기로 카세트가 호환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1 약품 1 카세트라고 보면 된다. 약국에 구비된 약품 리스트를 보니 2300품목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최다빈도 약품들만 자판기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여전히 약사의 손을 빌려야한다. 당당히 말할수 있는것은 우리 약국은 비약사 조제는 없다. 이 말에 약사의 신랑이자 셔터맨이 조제보조로 활약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마주친다.

내과는 특이나 장기 환자가 많다. 오래된 동네 특성상 변비약이 한 처방전에 360알씩 나오기도 한다. 그럼 손으로 일일이 세야한다. 또 겨울철이라 감기 환자들이 많은데, 어떤 약들은 반알로 잘라줘야 하며, 아이들이 왔을때는 그 약을 가루를 만들어야 한다. 약사의 지시를 따라서 시럽을 맞는 용기에 덜어준다던지, 반알을 낸다던지, 혹은 알약을 세는 일이 내게 주어지고, 나는 그 일을 하는 동안 그 알약을 들고 윗건물 병원 원장실 문을 열고, ” 너님이 좀 세세요!”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참고로 윗병원 원장님은 권위적이지 않으며, 약국에 무엇인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따로 지원을  하지도 않는다. 어떤날은 집안일로 병원 끝나는 시간보다 한 5분 먼저 문을 닫은적이 있다. 대체할 약국들이 주변에 3개가 더 있기에 큰 고민없이 닫았는데, 퇴근하면서 우리가 먼저 문을 닫은것을 보고 우리약국 옆 과일집에 들려 우리 어디갔냐고? 뭔일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하진 않지만,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는것은 법으로도 제한 받을수 있는 범죄이기에, 적당한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지 않은 선에서 관심을 준다. 이를테면 환자들이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이전에는 직접 설명해주고 맞춰서 정리해줬는데, 요즘은 밑에 약국가서 보여주고 구별해오라고 하신다고 환자들이 말해준다. 사실 약에 대해서는 약국에서 파악해주는게 맞지만, 이전에 본인이 해왔던 방식을 우리에게 양보해주는 부분에 대해서,(본인이 귀찮아서는 분명 아니다.) 우리에게 해줄수 있는 합법적 지원이라면 지원인거다.

반알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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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947.JPG예기가 딴데로 셌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참으로 게으르다. 하지만 약국일은 게으른 사람에게 적합하진 않다. 하지만 내 몸은 늘어지길 바라고,  일은 겁내해야하고 이쯤하면 자아분열이 일어날만 하다.  불편한 일 중에 제일 큰것은 반알 내기였다. 감기약은 이상하게 반알씩 많이 나온다. 슈타패드라는 약을 주로 처방내는데, 약 가위로 반알을 내려고 하니, 우선 약을 만지기 전에 손을 꺠끗이 씻고 건조시킨후 약을 만진다. 하지만 약이 사람 손을 타는게 아무리 깨끗해도 좋을리 없다라고 생각하기에, 이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여튼 반알내다보면 또 들고 올라가서 “너 님이 좀 반알 내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결국 반알 커팅기를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아주 만족스럽다. 칭찬해!!! 그냥 틀 위에 알을 올려 놓고 프레싱하면 깔끔하게 반알을 낸다. 육안으로 보면 절반에 가깝고, 약가위로 자르는것보다 정확한 편이다.

 

 

알약을 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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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약을 덜억서 줄때가 있다. 막말로 벌크통에 들어 있는데에서 덜어서 줘야하는데, 이를 세는 방법은 저울을 쓰기도 하고, 육안으로 하나씩 확인하면서 세기도 한다. 물론 검수를 위해 한번씩 더 세어본다. 이게 육체적피로보다 정신적 피로가 더 쌓이게 한다. 국내에 나와 있는 알약계수기의 경우 비싸지는 않지만, 앞서 말했듯이 자판기에 들어가는 카세트를 만들어줘야 한다. 결국 알약을 세는것도 카세트에 한하는 것이다.  카세트를 만들고 그 안에 집어넣고 다시 기계에 물리는게 그닥 아름답진 않다. 카세트를 매번 만들려면 돈도 들고, 보관할 장소도 그렇고 비효율적이다.  무식하게 알약을 세는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에, 또 향정 카운팅이라하여, 매일 저녁 30-40분씩 관리대장을 만들어 집중관리하는 향정약품으로 인해 약사는 녹초가 되기도한다. 그래서 물건을 하나 잡아왔다.  그냥 부으면 카운팅 된다. 에헤라디야! 물론 확부으면 안되고, 살살살  털듯이 부으면 된다. 30정 세는데 3초 정도면 된다. 변비약 360알 까짓거.. 가즈야!!!!

알약을 까보자

IMG_5420.JPG약국에 들어오는 약들이 통에 들어오는것도 있고, PTP라고하여 포장되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보통 우리가 사먹는 일반 의약품들 대부분이 이렇게 개별 포장되어 나온다.  전문 의약품중에도 상당수가 이렇게 포장되어 나오는데, 경우에 따라서 약자판기(ATC)에 30포 이상의 약을 까넣어야 할 때가 생긴다. 방법은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까서 카세트에 넣거나해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도 별로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는다. 알약까기 기계가 분명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검색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나오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전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제품들이 대부분 대학병원 앞 문전 약국이 아니고서는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작아야하고, 전기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아무데나 욞겨다니면서 작업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이다. 해당되는 물건을 찾았고 구매했다. 이 제품은 어느정도 숙달이 필요로 하지만, 알약세는 기계만큼 짜릿한 통쾌감을 준다.

가루를 내보자

어린 소아들의 경우 대부분 가루약 처방전을 들고 온다. 가루약을 만들때는 우리 약국에서는 가정용 핸드믹서기 같은걸로다가 갈아서 만든다. 사용후 매번 닦아줘야한다. 이게 일이다. 어떨때는 눈감고 넘어가서 그냥 쓰던거에 갈아주고 싶을때가 있다고 하기에, 이는 게으름의 문제보다 조제시간을 엄청나가 잡아 먹는다. 이에 시간을 단축하면서 안전한 가루약을 만들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베이에서 배터리가 방전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해 가져왔다. 그리고 청계천 세운상가에 보내서 배터리를 교체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뿜어내기에 좋아하고 있었는데, 제품이 충전되지 않아 다시 보내놓았다. 원리는 아래 보이는 비닐포지에 알약을 넣고 기계를 작동시키면 방아를 찧듯 가루를 만든다. 성능은 짱짱맨이다. 또 가루약을 만드는 시간과 청소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좋아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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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고민

2000여종이 넘는 약품들을 어떻게하면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또 필요로 하는 약품들에 최소한의 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셔터맨으로 살아가기에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습니다. 처음 약국을 시작할때, 누구나 원하면 조제실 위생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잘 정돈된 약국을 만들자였습니다. 지금도 그런 고민의 연속이구요. 약사인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역시 약국 카운터 너머 조제실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 했었는데, 그 궁금중은 해소했지만 피곤한 일상이 되어버렸네요.

감기철이니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11 Replies to “귀찮은 약국 셔터맨의 선택들”

    1. 계수기는 국내 수입업체가 있는것으로 압니다. 850만원 정도로 알고 있어요. 저는 이베이에서 4000달러에 구매랄 했습니다. 제포기는 현재 제가 국내 실정에 맞게 특허 출원하면서 개발 제작중입니다. 보신 제품은 뉴질랜드 제품이구요. 가격은 160만원 정도 합니다. 있는곳은 인천이구요. 인근이시면 직접와서 보고 가셔도 됩니다.

      1. 기회된다면 한번 보러 가고 싶습니다~
        혹시 구매 가능한 곳 링크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아무리 검색해도 안나오네요 ㅠ

  1. 저도 조만간 개국을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신고가 무엇이 있을까요?
    대비하는 차원에서 매우 궁금하네요

    답변이 어려우면 메일로 부탁드려요~^^

    1. 특정 상권에 후발주자로 참여하게 될 경우… 경쟁약국들이 있을경우… 모든것이 골깝게 보일겁니다. 냉수 한잔을 주더라도 호객행위했다고 일단 신고부터 합니다.

      1. 조심해야 겠네요…
        옆 약국이 인테리어 할 때부터 시샘을 했었거든요~
        냉수도 마음데로 못 드리는군요 ㅠ
        답변 감사해요

      2. 어떤 상권인지는 모르겠지만, 처방전을 쪼개먹기가 되는 곳에들어가신거라면 그냥 신고 몇번 먹는다 생각하세요. 흥분하지마시고, 원칙적 대응하시면 별 문제 없습니다.

  2. 제포기 이것저것 보다가 이제품이 너무 맘에 들어서 블리스터보이즈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려 했더니 회사가 문을 닫았나봐요. ㅜㅜ 구매경로 정말 궁금합니다.
    직원들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요

  3. 여담이지만 설치하신 아씨오 월패드. 제 bf가 설치해 줬을 거에요. 걔가 대표인데. 이번에 회사 카카오에 인수합병되면서 카카오홈 대표가 되었답니다. ^^

      1. 감사합니다. 그정도 가격을 치르더라도 충분히 제값 할수 있을 제품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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