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을 어떻게 뽑아야할지 한동안 망설이다가, 먼저 본문을 채워나간다. 글이 마무리 될때쯤이면 글에 어울릴만한 제목이 걸려 있으리라…
스위스 베른에서 취리하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한시간 정도 달리다보면 우편에 Jura 공장을 만날 수 있다. 공장에 방문해본적 없고, 또 딱히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그 인근 고속도로에 범칙금을 물기 위한 고속도로 단속 카메라가 많이 설치 되어 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다.
FUST나 미디어마트 같은 곳에서 (하이마트 비슷) Jura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단 커피머신보다는 다리미 브랜드로 처음 각인 되었기에, 커피 머신과 쉽게 결부 시키지는 못했다. 또한 주변에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잠시 가격대를 살펴보고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Siemens 제품을 700유로 주고 구매를 해버렸다.
맞다. 지금부터 커피머신을 잠시 들여다본다. 처음 구매했던 지멘스를 한 5년간 쓰면서 느꼈던 점은 일단 편리하다, 그리고 또 한번 편리하다. 드립커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진한 향을 맡을 수 있다. 우유 거품을 낼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필립스 세코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좀더 고급진 향을 낸다. 사실 큰 불만은 없다. 하지만 가끔 집에 방문하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카페라떼등의 유제품 혼용 커피를 요구할때면 약간 불편해진다. 우선 제품 본체에 연결되있는 스팀 노즐에 우유통을 연결하여 우유거품이나 우유를 따듯하게 만든후에, 다시 커피 추출 노즐로 가지고 와서 그 위에 에스프레스를 내린다. 이것이 은근히 불편하다. 또한 우리네 컵이 유럽 전통적인 사이즈보다는, 아메리카 특히 스타벅스의 영향으로 컵의 높이가 높은 경우가 많은데, 커피 잔이 커피머신에 안들어가서, 비스듬히 넣고 커피를 추출한다. 이때 간혹 우유가 넘치기도 해서 머신 주변부가 쉽게 더러워지곤 했다. 하지만 대체로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내려 먹었기에 큰 불편은 없었다.
식구가 한명 늘면서, 커피 취향도 하나 새롭게 추가 되었다. 라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식구가 생긴것이다. 서로가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JURA GIGA 5를 구매하기로 한다. 국내에서는 1000만원 정도하는 녀석인데… 대한민국은 특히 이런류의 머신들은 현지가격에 비해 최소 2-3배 이상 비싸다. 유럽에 사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구매를 했다. 최소 10년을 쓸거라 생각하면, 한번쯤 누려볼만한 호사라 생각을 하여 결단을 내린것이다.
구매에 앞서 고민이 되었던것은, 한국의 전류와 유럽의 전류가 다르다는점. 유럽버젼은 50hz이고 한국은 60hz이다. 솔직히 이 말이 뭔지 잘은 모르나, 행여 기계에 부담이 될까 싶어서, 구매에 앞서 국내 jura 사설 수리 업체에 문의결과, 가져와도 무방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이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수리도 사설 업체가 해줄수 있다 하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커피 머신류의 고장은 주로 석회에 의한 노즐 막힘 현상이 대부분이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수돗물은 석회가 나오지 않기에, 기계에 무리가 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는 지멘스를 사용하면서 겪은 바 있다.
제품을 받아들고 난 뒤에 제일먼저 Welcome Pack을 개봉을 했다. 그 안에는 커피머신 세정제와 개런티 그리고 정수필터 등이 들어 있었다. 물론 메뉴얼도 들어있다. 특이한것은 소변검사할때 쓰는 측정기 같은 녀석이 들어있다. 이게 뭘까? 들여다보다가 도저히 답이 안나와 메뉴얼을 정독했다.
Total Hardness Test…물의 성질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측정값에 맞게 커피머신에 세팅값을 변경해주면 된다. 뭔지 모르게 섬세하고 고급져 보인다.
또한 기존 지멘스와 다르게 우유통이 스테인레스(혹은 알루미늄) 진공으로 되어 있어, 기존 사용하던 제품의 플라스틱 통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우유 거품이라는것이 투입되는 우유 온도에 따라서 거품의 질감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유라 우유 탱크를 따로 구매를 해서 붙여주었다. 일종의 우유탱크 전용 냉장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멘스 제품도 훌륭하다. 하지만 우유 거품이 일정하지 않고, 어떨때는 거품이 안되고 그냥 데워진 우유가 나올때도 있고, 어떨때는 거품이 만들어지고, 어떨때는 그냥 스팀 수증기만 발사되기도 하는등 불편함이 있었기에 따로 구매를 했다. 진공 스테인레스 통이 들어 있다는걸 알았다면 구매를 안했을지도 모른다. 두 제품을 동시에 놓고 보노라면 고급져 보인다. 뭐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는걸로…
제품으로 넘어와서 제품을 보고 간력하게 풀어보면, 커피의 분쇄와 추출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 그리고 커피빈을 분쇄하고 추출하는데 소음도 적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들을 추출할 수 있다. 추출할때 물의 온도나, 물의 양 그리고 분쇄시 입자 굵기등 기본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것에 내가 원하는 형태로 세팅값을 변경할 수 있다. 원두를 넣어두는 BIN이 두개여서, 각기 다른 원두를 넣어두면 기호에 따라서 원하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 세팅값은 각기 50:50 비율로 섞이게 되어 있으나, 이는 조절을 할 수 있다. 섞이는 비율을 0-100%까지 말이다.
제품 상판에는 온오프 버튼과 DIY 세팅메뉴로 들어가는 P버튼 그리고 초창기 아이팟 같은 로터리 방식의 휠과 그 안에 누르게끔 작은 버튼으로 구성되어있다. 휠을 휙휙 돌리면서 원하는 커피를 선택하고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전면부는 뜨거운 물 추출노즐과 커피노즐 그리고 우유노즐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사이드에는 2.6리터의 물을 수납할 수 있기에 일반 가정에서 쓰기에는 무난한다. 기존의 커피머신들은 우유거품기 헤드와 커피추출헤드가 따로 있다. 보통은 우유거품기를 작동시키고 거품을 받은 후에, 커피노즐헤드로 다시 옮겨서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하지만 JURA giga 5는 헤드 하나에 우유노즐과 커피노즐이 있다. 컵을 올려놓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첫 사용, 첫 만남이기에 사실 우유 거품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전통적으로 사용된 스팀기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전에 커피집을 잠시 했을때, La cimbali의 우유스팀에 대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전에 사용하던 지멘스는 우유 거품이 일정하지 않고, 거품이 큰 방울들로 거칠게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가정용이라 그냥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유라의 거품은 걱정을 종식시켰다. 상업용 커피머신과 동등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La cimbali와 비교해서 동등하다는 표현이다.
또 한가지, 라떼처럼 거품보다는 에스프레소와 데워진 우유가 만나는 음료도 있고, 또 거품과 데친 우유 모두가 필요한 음료들도 있다. 세팅을 통해서 미리 정해놓으면, 내가 기계적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이 자동으로 모두 적용되어 나온다. 커피머신중 별도의 거품 헤드가 있는 제품들은 헤드에 로터리 방식의 다이얼이 있는데, 거품을 만들거나, 우유를 데칠때 그 로터리 휠을 돌려주면서 수동적으로 조절해야한다.
지금와서 지멘스 제품에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거품기가 달린 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 지멘스나 세코 같은 가정용 머신을 두고 카페테리아를 오픈한다면 말릴 것이다. 하지만 JURA giga 5정도라면 하루 100잔 정도의 소규모의 커피집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그리고 안드로이드 모바일을 통해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어짜피 커피잔을 올려 놓으러 가야하기 때문에 이 기능이 필요할까? 올려놓으면서 버튼을 조작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모바일을 이용하면 세팅값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물론 커피머신 자체를 통해 세팅을 변경하고 저장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휴대폰을 이용하면 더욱 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컵만 올려놓고 원하는 설정을 임의적으로 만들어 자신만의 커피를 손쉽게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유량을 조절한다던지, 거품량 또는 커피의 추출 강도를 통해서 진한 또는 연한 커피를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는것이다. 아쉬운점은 JURA smart connect 라는 별도의 블루투스 모듈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
가격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만족한다.